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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성 후지산 당일치기 등반 후기 (8월 중순/ 요시다 루트/ 새벽 3시-오후 4시30분/ 예약 x/ 등산 준비 x) 본문
무지성 후지산 당일치기 등반 후기 (8월 중순/ 요시다 루트/ 새벽 3시-오후 4시30분/ 예약 x/ 등산 준비 x)
rrimyuu 2024. 8. 21. 20:02
나중에 혹시 후지산을 또 오르게 될 날이 있다면 참고하고자 글을 적어봅니다.
후지산 등반은 총 4개 루트로 구성되어있고 일반적으로 요시다 루트 (등산 6시간, 하산 4시간) 가 가장 유명합니다.
신주쿠역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가와구치코역을 가는 버스가 자주 있습니다. (1시간 한번이었던 걸로 기억) 현장 구매는 좌석이 없으니 온라인 예약을 하라는 글들이 종종 있었는데 저는 현장 구매 했었고 좌석이 넉넉하게 남은 건 아니지만 공석이 종종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2시간 정도면 가와구치코역에 도착하게 됩니다.
저는 가와구치코역에서 오후 6시 쯤 버스를 타고 후지산 고고메 = 5합목 (5th station) 으로 이동했습니다. 가와구치코역에서 후지산 고고메로 가는 버스 또한 1시간에 한번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후지산 고고메로 향하는 버스 티켓을 달라고 했는데 후지산 고고메 - 가와구치코역 리턴 티켓까지 포함되어있었습니다. 탑승 시간 상관없이 티켓을 보여주면 버스를 탑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버스는 마을 버스처럼 생겨서 등산객이 많을 경우 서서 갈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지산 고고메 = 요시다 루트 입구 입니다. 요시다 루트 입구엔 매표소가 있고 후지산에 오르기 위해선 2,000 옌을 내고 티켓을 사야합니다. 이 매표소는 새벽 3시부터 오후 4시 내지는 5시경까지 운영 중이며 저녁/ 밤 시간엔 이곳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시다 루트는 후지산 내에선 후지스바루라인 이라 표기되어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후지산 고고메에 머무를 수 있는 캡슐 호텔이 있다고 들어 저녁에 간 것이었는데 모두 예약이 차버려서 숙박을 할 수 없었습니다. (본래 예약이 두달 전 마감된다 하더군요.) 7시 쯤에는 캡슐 호텔은 물론 인근 식당, 상점 또한 모두 문을 닫습니다. 그럼에도 요시다 루트 입구 매표소엔 직원 분이 항시 상주해계십니다. 이분들께서 새벽 3시까지 머무를 수 있는 휴게 공간을 안내해주셨고 그곳에서 새벽 3시까지 쪽잠을 자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매표소서 약 1-2분 거리)
저희 같은 분들이 종종 있었는지 휴게 공간엔 한... 10명 정도 계셨고, 이동식 파티션이 있어서 나름대로 폐쇄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잠을 잔다던가 옷을 갈아입는다거나 등등) 잠을 자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 괜찮은데 잠이 들면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져서 만약 이곳에 머무른 다면 침낭이나 등등 있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휴게 공간 바로 근처 큰 공중화장실이 있긴 한데 변기 물은 내려가나 수도물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씻을 수 없음)
새벽 3시가 되어서 매표소에서 티켓 구입 후 등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그 시간 때는 칠흑같이 어두워서 헤드 랜턴이 없었으면 하나도 안 보였을 것 같습니다. 새벽 3시엔 밤 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많이, 잘 보입니다. (몽골에서보다 별을 더 많이 본 것 같음.) 계속해서 등산을 하다보면 일출까지 볼 수 있는데 이미 6-7 합목 사이도 높이 올라와있는 거라 굳이 정상에서 일출을 안 봐도 될 것 같았습니다.
저는 후지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지라 동네 뒷산 정도 난이도라 생각했었습니다. 새벽엔 어두우니 헤드 랜턴을 소지하고 있었고 후지산 정상은 춥다고 들어서 얇은 점퍼, 후리스 정도로 챙겨갔었습니다. 신발은 가벼운 런닝화에 스틱도 없는 상태였고 본래 숙박을 계획하고 있어서 가방이 조금 무거웠습니다. 후지산 중턱부터는 저같은 등산 1도 관심없는 사람에겐 진심으로 지옥이었습니다. 화산이다보니 중간 쯤부터는 일반 산이랑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고 별안간 다양한 코스를 만난 것 같습니다. 촘촘한 바위 틈 사이로 발은 계속 끼고 스틱 없이는 손으로 사족 보행하듯 올라가야합니다. (등산화, 스틱은 생존 및 안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준비하셔야 합니다.)
5합목 이후 6합목, 7합목, 8합목 등 후지산 정상 도착 전까지 계속해서 쉬는 공간이 나오는데 쉬는 공간이 나올 때마다 완전히 나자빠져서 10분 동안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이곳들엔 종종 숙소도 있고, 식당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매점도 있고 있을 건 다 있긴 합니다. 다만, 8합목에선 물 600옌으로 기억하고 ... 하산길 화장실은 300옌이었던 것 같습니다. 100옌 짜리 동전을 많이 챙겨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종종 나이 드신 등산객 분들을 이끌고 가시는 가이드 분이 계시는데 이분들 속도 맞추면 100 정도의 힘듦이 20 정도로 줄어듭니다. "이 속도로 제 시간에 도착이나 할 수 있나?" 생각이 들 정도의 속도로 올라가시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동네 뒷산 등산 속도로 빠릿빠릿하게 이동하면 엄청난 체력 소모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새벽 3시 등산을 시작했고 예상 도착 시간은 오전 9시었지만.. 저희는 11시30분쯤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저희와 같이 출발하신 한국인 청년 두 분을 하산길에서 다시 만나뵙게 되었는데 건장하신 남성 두 분도 그쯤 도착했다고 하시더군요. 쉬는 시간 없이 등산하면 6시간 내로 도착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사진 찍고 하는 시간들도 있으니 보통 7-8시간 소요되는 것 같았습니다. 정상에 가면 식당 및 화장실 등 다양한 시설이 있고 QR 코드로 후지산 관련 인증서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나름대로 관광지처럼 (?) 잘 꾸며놓아서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부탄 (해발고도 2km) 에서도 없던 고산병 두통을 겪어 후지산이 높은 산임을 실감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비상약품을 가져가시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후지산 정상에서 한 20분 정도 쉬다가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하산은 "후지스바루라인 고고메" 방향을 따라가면 됩니다. 하산은 일관된 코스의, 화산자갈, 돌멩이 가득한, 경사 가파른 길을 통해 내려가게 됩니다. 습기가 거의 없다보니 등산객이 앞지를 때마다 화산 먼지가 날리고 ... 몇 시간 동안 똑같은 난이도로 하산하다보니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문제는 제 신발 바닥이 거의 마모가 된 상태였던 지라 바닥에 마찰력이 없어 화산자갈에 계속 미끄러지고.. 옆에서 잡아주지 않으면 계속 미끄러져서 하산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저희는 오후 4시 30분쯤 매표소 (약 5시간 소요) 로 다시 돌아온 것 같습니다. 무릎이 안 좋으신 경우 무릎 보호대를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도 가도 똑같은 길과 끝나지 않는 막막함에 아래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마찬가지로 전날 받은 리턴 티켓을 통해 후지산 고고메에서 가와구치코역으로 돌아오고, 가와구치코역에서 신주쿠역으로 향하는 버스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신주쿠역으로 가는 버스 또한 꽤나 있어서 잔여 좌석은 꽤 있었습니다.
(요약)
- 등산화, 스틱 필수 (새벽 등반 시 헤드 랜턴 필수)
- 없어도 가와구치역에 등산 용품 렌탈샵 있음. (등산화 3,000옌 등등)
- 후지산 고고메에 새벽 3시까지 머무를 수 있는 휴게 공간 있음. (다만, 공중 화장실 수도물 안 나옴)
- 새벽 3시 출발시 별 가득한 하늘/ 일출 모두 볼 수 있음.
- 기어가는 속도로 등산해야 덜 힘듦.
- 하산시 인내심 필요
- 하산 후 이틀 뒤 몸살 시작